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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나 잘 할 수 있을까?’하는 걱정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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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름의 계획을 갖고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한 지 한 달. 작년 이 맘 때에 비하면 종종 사람들과의 만남도 가졌고, 운동도 꾸준히 했고, 오랜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. 그러면서도 나름의 규칙을 지키며 ‘잘 할 수 있다.’고 스스로를 다독였다. 새로 공부하는 탐구 과목도 제법 재밌었고, ‘이번에는 성공해야 한다.’는 압박이 자극이 된 덕에 만족스러운 정도의 집중력/공부량을 유지하며 공부해왔다. 그런데 오늘은 이러저러한 걱정들이 몰려 덥쳤다. 처음 느껴보는 두려운 감정이었다.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러한 감정의 원인이 분명했다는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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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일요일은 여유롭게!’라는 규칙을 지킬만큼의 계획을 지키지 못한 한 주였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하루. 이런 나를 더 채찍질하듯
1) “혹시 고등학생이세요?”-“네.”
“그럼 고3이신가요?”-“네.”
“공부하느라 힘드시죠. 응원해요.”-“하하, 감사합니다.”
-부모님과 열 걸음 정도 차이를 두고 걷던 중, 반대 편으로 지나가던 행인과 급작스레 나눈 3마디의 대화. 짧은 대화가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. 나는 며칠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, ‘재수생’이 나에게 더 적합한 표현임을 잘 안다. 마지막 만남이었을 그 행인에게 내가 고3인지, 재수생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며 실제로 그 상황에서 내가 재수생이라는 것을 밝혔더라도 수험생활을 응원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요상한 생각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.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어느 정도의 사고 활동을 하고 난 뒤부터는 늘 어떠한 학교에 소속돼있었던 것! 이런 생각으로 발걸음은 느려졌고, 거리가 더욱 벌어진 엄마/아빠가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계셨다. 보통의 경우였다면 직전에 행인과 나눈 대화에 대해 부모님께 웃으며 이야기했을 나인데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. 부모님과 정시 결과에 대한 이견이 있었고, 결국엔 내 고집대로 나의 미래를 결정했기에 부모님을 향한 죄송함/ 감사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따라오는 요즘이다. 또 부모님과 대학 얘기만 나오면 너무 예민해지는 나, 흑흑.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..
2) 2-3일만에 친구들의 카톡에 답장을 하는데 한 친구가 왜 이렇게 답장이 늦었는지를 물었다. 그 질문에 ‘뭐라고 답해야 하나.’하고 생각하는 내가 별로였다. 나에게 떳떳하지 못한 느낌. 흑, 작년 대입 실패 원인의 주체가 모두 ‘나’라는 생각에 작아지는 기분입니다. 하하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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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걸 쓰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,
더 단단해져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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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나 잘 할 수 있을까?’하는 걱정.